주성고등학교 로고이미지

RSS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2103 김수연 <별 하나에 시>
작성자 김수연 등록일 22.07.05 조회수 30

<별 하나에 시> - 윤동주 / 종로문화재단 저, 87

2103 김수연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시란 무엇일까. 시는 입만 달싹이다 겨우 뱉어낸 숨처럼 짤막하다. 진득하다. 깊다. 체온 같다. 쇠맛이 배어난 작은 선혈 같다. 가끔은 스스로에게, 가끔은 누군지 모를 상대에게. 말한다. 말문을 여는 줄 알았더니 사실 말문을 닫던 숨의. 뒤를 잊지 못한 말은 목 아래로 다시 떨어지며 깊숙하게 쓰여진다. 물 없이 삼킨 알약처럼 눌러 붙어서. 나는 이것이 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겨우 뱉어낸 숨이. 귓가로 둥둥 떠 들어온 숨이.

그러나 우리는 시를 해부하는 경향이 있다. 짧은 숨조차 스며들지 못하게 아주 뚝뚝. 보석 몇 알을 삼킨 채 죽은 몸에서 보석을 찾아내려는 것처럼, 이곳저곳을 아주 샅샅이 파헤친다. 단 한 글자조차 그냥 보내주지 않는다. 그것이 아주 아름다운 보석일 수록. 더욱이. 사실 우리에게는 그저 몸 너머로 비쳐오는 빛을 감상할 태도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죽은 몸 자체에서 뿜어지는 빛을 감상할 줄 알아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아주 냉소적인 태도로, 목적만을 위해 시를 해부한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있거라.”

-하지만 또. 그렇게 해부하기에 남아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히 가는 것이냐,”

그렇지 않았다면 언젠가 잃은 역사가 되어 홀홀히 가버렸을 지도 모른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 이의 병을 모른다.”

나중에서야, 뒤늦게, 찾아 영영 모르게 될 지도 모른다. 너무 늦은 쇠기침처럼. 그렇게 영영 없었던 기록이 되어 완전히 잃게 될 지도 모른다. 그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파헤치는 편이 더 오래 간직할 방법일 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조금 아쉬워지는 것이다. 쓰여진 시대적 배경이고, 시인의 환경이고, 시어 하나가 갖는 의미를 알기 위해 끊어낼 때는 알지 못하는.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그저 말쑥하게 읽어낼 때만 느낄 수 있는 공감을. 귓가의 박힌 누군가에 말처럼, 그저 흘러나온 말로 읽어낼 때 박힌 문장을. 그것이 조금 아쉬워지는 것이다. 어떤 감정은 해석하지 않는 것이, 더 쉬이 흘러나가는 것처럼. 그렇게 흐르는 시어에 몸을 기대어 넘어지듯 나아가듯 읽을 때의 감정을. 나는 다만 아까워할 뿐이다.

이전글 2103 김수연 <구의 증명>
다음글 2103 김수연 <윤동주 평전>